1. Home
  2. 소식
  3. 전시
2026.05.27

슬픔은 설탕 맛 Sadness Tastes Like Sugar

2026. 06. 12 ~ 2026. 07. 31
박론디, 양하

 

슬픔은 설탕 맛 Sadness Tastes Like Sugar

《박론디 Rondi Park, 양하 Yang-ha》
2026. 6. 12 – 7. 31

 

우리는 때로 가장 쓰라린 비극을 가장 달콤한 필터로 걸러내어 삼키곤 한다. 매일같이 쏟아지는 미디어 속 재난의 이미지는 자극적인 팝콘처럼 소비되고, 개인의 결핍에서 기인한 욕망은 화려한 굿즈나 매끄러운 오브제가 되어 우리의 결함을 손쉽게 가려준다. 본 전시 《슬픔은 설탕 맛》은 이처럼 동시대가 감정을 처리하고 박제하는 역설적인 방식에 주목한다. 참여 작가 양하와 박론디는 우리 삶의 이면에 흐르는 ‘폭력’과 ‘욕망’이라는 묵직한 주제를 다루면서도, 이를 지극히 탐미적이고 유쾌한 시각 언어로 치환하여 전시장 안으로 불러들인다.

양하의 작업 세계는 사회적 구조 안에서 발생하는 폭력을 냉소적이면서도 서정적인 시선으로 관조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작가는 폭발의 잔상이나 눈물이라는 비극적인 기표를 화면 위로 끌어올리되, 이를 날카로운 고발이 아닌 부드러운 파스텔 색조와 얇은 레이어의 중첩으로 표현한다. 마치 안개처럼 몽글몽글하게 피어오르는 색면들은 비극의 중량감을 덜어내어 휘발시키며, 관람객으로 하여금 그 시각적 평온함 아래 숨겨진 서늘한 진실을 역설적으로 마주하게 한다. 양하가 구축한 층위(Layer)는 폭력을 소비하는 현대인의 무감각함을 투영하는 거울이자, 슬픔조차 아름다움으로 정제되어야만 수용될 수 있는 이 시대의 시각적 문법을 대변한다.

 

반면, 스스로를 ‘시각 제작자(Visual Crafter)’라 정의하는 박론디는 보다 능동적이고 밀도 높은 방식으로 현대인의 욕망을 수집한다. 작가에게 사물은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개인의 서사와 갈망이 응축된 표상이다. 박론디는 우리가 무언가를 손에 넣고자 하는 그 정직한 마음을 회화, 세라믹, 텍스타일 등 다채로운 물성으로 빚어낸다. 작가의 손끝에서 탄생한 화려하고 단단한 오브제들은 ‘보통화된 욕망’의 껍데기를 벗겨내고, 그 안에 담긴 진심 어린 갈증을 직시하게 만든다. 박론디의 작업은 소유하고 싶은 미적 욕구를 자극하는 동시에, 우리가 무엇을 통해 스스로를 증명하려 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이번 전시는 양하의 ‘희석된 슬픔’과 박론디의 ‘응축된 욕망’이 한 공간에서 충돌하며 만드는 감각적 유희를 제안한다. 양하의 평면이 선사하는 가볍고 넓은 확장성은 박론디의 오브제가 가진 촘촘하고 단단한 밀도와 교차하며 전시장 내에 독특한 리듬감을 형성한다. 혀끝에 닿는 설탕처럼 달콤하고 화사한 이들의 작품은 사실 우리가 외면하고 싶었던 공허와 상처의 다른 이름일지도 모른다.

 

결국 《슬픔은 설탕 맛》이 선사하는 미학적 쾌락은 단순한 위로에 그치지 않는다. 그것은 비극조차 예쁘게 가공되어야 소비되는 이 세계에 대한 냉소이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름다운 것을 끊임없이 갈망하고 제작해내는 인간의 본능적인 생명력을 확인하는 과정이다. 관람객들은 이 화려한 시각적 성찬 속에서 각자의 슬픔을 어떤 맛으로 감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우리가 탐닉하는 그 설탕의 이면에는 어떤 진실이 숨어있는지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