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Home
  2. 소식
  3. 전시
2026.09.08

연결의 형태

2026. 09. 11 ~ 2026. 10. 24
유정민, 정해윤

 

연결의 형태: 축적된 시간과 구조의 서사

유정민 Jeongmin Yu, 정해윤 Hai Yun Jung

2026년 9월 11일 - 10월 24일

한 장의 종이는 간결하고 평면적인 결과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수만 개의 섬유가 얽히고 설키는 무수한 결합과 반복적인 공정, 그리고 밀도 높은 시간의 축적이 존재합니다. 삼원갤러리는 종이가 지닌 이 '연결과 구축'의 속성에 주목하여, 우리 삶을 지탱하는 보이지 않는 관계와 구조를 탐구하는 전시 《연결의 형태》를 선보입니다. 이번 전시는 회화와 조각이라는 각기 다른 매체를 통해 세계를 구성하는 유무형의 연결망을 시각화 합니다.

정해윤 작가는 시대가 바뀌어도 멸종하지 않고 삶을 이어나가는 인간의 상징으로서 ‘새’를 등장시키고, 박새, 실, 서랍, 파이프, 돌과 같은 도상들을 정교한 필치로 화면 위에 구축하며 인간관계의 복잡한 층위를 은유해 왔습니다. 작가는 배경과 대상들을 세밀하게 병치하고 연결함으로써 거대한 사회적 그물망 속에서 개인이 맺고 있는 보이지 않는 관계의 결을 드러냅니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깊어진 철학적 사유를 보여주는 주요 연작들과 신작이 다채로운 결로 소개됩니다. 작가는 기둥에서 빠져 나온 무수한 실을 통해 삶의 수많은 선택지와 대안을 은유하며 변수 속에서 성숙해가는 존재의 성장을 담아내는 《Plan B》와 겹겹이 쌓인 서랍과 정렬된 선들을 통해 개인의 역사와 사회적 질서가 서로를 지탱하는 조화로운 삶의 형태를 《People in the city》에서 보여줌으로써 개인의 가치와 사회의 가치가 존중되는 사회의 안정을 염원하는 작가의 기대를 담고 있습니다.

또한, 이번 《연결의 형태》 전시에서는 기존의 작품들의 이면을 보여주듯 기존의 작품들과 다른 반(半)추상작품을 새롭게 선보입니다. 《교만의 허물》 시리즈에서는 지난날의 잘못된 판단과 교만을 곤충의 허물처럼 벗어두는 자아 성찰을 통해, 실수의 흔적조차 존재를 풍성하게 가꾸는 자양분이 됨을 담담하게 고백하듯이 색과 형체들로 작품 안에 쌓아 올립니다. 《내재된 공명》 시리즈에서는 눈에 보이지 않는 사람 사이의 교감과 소통의 파동을 ‘주파수’에 비유하여 내면의 깊은 공명을 2차원 평면 위에 확장하며, 그 미묘한 감정과 색감의 파동을 담아냅니다. 여기에, 너무나 흔하게 볼 수 있는 인조잔디 위에 정교한 자연의 이미지를 결합한 《소리 없는 노래(Silent Song)》는 하찮게 여겨지는 존재가 예술로 변모하는 과정을 통해 상처 입은 이들에게 담담한 평화와 치유의 위로를 전합니다.

이러한 회화적 서사는 유정민 작가가 제시하는 입체적 구조와 만나 한층 입체적인 조화를 이룹니다. 유정민 작가는 곡선과 아치의 반복적인 변형을 통해 물리적 구조가 탄생하는 경이로운 순간을 탐색합니다. 작가는 재료의 물성을 집요하게 파고들어, 정적인 조형물 안에 잠재된 역동적인 움직임의 가능성을 이끌어냅니다. 단단히 고정된 듯 보이는 그의 조각은 미세한 긴장과 균형 속에서 서로를 지탱하고 밀어내며, 공간 안에 보이지 않는 힘의 흐름을 만들어냅니다. 이는 사물이 형태를 갖추기 위해 필요한 구조적 필연성과 그 안에 내재된 유연한 생명력을 동시에 보여줍니다.

본 전시는 정해윤이 포착한 '관계와 상처를 치유하는 인문학적 서사'와 유정민이 구축한 '공간을 지탱하는 구조의 힘'이 한 공간에서 공존하고 응답하는 지점에 주목합니다. 종이의 탄생 원리가 그러하듯, 예술과 산업 역시 '과정, 구조, 축적'이라는 본질적인 가치를 공유합니다. 회화와 조각이 하나의 공간 안에서 교차하고 대화하며 만들어내는 이 연결의 장(場)을 통해, 우리가 미처 인식하지 못했던 일상의 복합적인 구조와 보이지 않는 연결의 의미를 새롭게 발견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